아내(73) - 내일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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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73)
- 내일의 날씨
아내가 늙은 친정에 가는 날은 꼭
새벽에 일어나 일기를 쓴다.
오늘의 날씨 ‘맑음’이라고
예상대로 가을 하늘 저리 맑다.
구름 한 점 없다.
휘파람 불며 지내는 날도 며칠
너무 오래 맑으니
흙먼지 많다며 창문도 투덜댄다.
며칠이 지나도 전화 한통 없는 구름
이제는 기다려진다.
혼자 잠에 들며 내일의 일기 쓴다.
그대 내일 오신다는 문자 하나에
내일의 날씨‘맑음’이라고
먹구름으로 바뀌어 소나기 내린다 해도
내일의 날씨 언제나‘맑음’
[시작 메모] 가을인데 냉장고 반찬 위에 살얼음이 얼었습니다. 그 반찬으로 아침을 먹다가 살얼음 깨무는 아침을 앓았습니다. 오랜 세월 냉장고 찬 반찬 혼자 드시던 아버지 생각하며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혼자 잘 차려 잡수신다.’며 말했던 저는 종아리 좀 맞아야합니다.
늙은 아내가 친정에 가면 처음에는 맑은 가을 하늘입니다. 그런데 냉장고 찬 반찬 오래 먹으면 가을도 겨울입니다. 천둥 번개가 치더라도 구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침밥이 고개를 잘 넘어갑니다. 그대가 있어야 ‘맑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