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71) - 메모를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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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71)
- 메모를 남기며
2019년 여름, 내 가난 이해해주던 후배가
쓸쓸한 여행길 미리 알고 선뜻 집을 내어주었다.
고마웠다. 그 곳은 아름다운 관광지였다.
빌린 집에서 2박 3일 머무르다 나오며
싱크대 귀퉁이에 메모지 한 장 붙여놓았다.
『좋은 집, 따뜻한 사랑 고마웠습니다.
잘 쉬었다 갑니다.』
어느 날, 눈물의 모서리에 붙여두고 떠나갈
햇살 잠시 여미는 자리 가만히 남겨두고 떠나갈
평생 당신을 읽은 독후감 두 줄
[시작 메모]
올해는 여름휴가 가자는 아내의 뜻에 동조를 하고 관광지에 살고 있는 후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름휴가 상의를 하는데 후배는 돈 걱정하는 제가 한심하고 안타까웠던지 선뜻 집을 비워준다고 했습니다. 집을 내놓으라는 약간의 강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이 번 휴가는 유명 관광지의 후배 집에서 2박 3일 편안하게 잘 쉬고 왔습니다.
세상에 관광지 아닌 곳이 어디 있을까요? 세상에 당신처럼 아름다운 관광지는 또 어디 있을까요?
세상의 귀퉁이에 고맙다는 메모 적어두는 일이 시 쓰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올까 걱정이 되는 후배는 연락도 없지만 고맙다는 제 마음 이렇게라도 다시 전하는 것이 제게는 시를 쓰는 궁극적 목적이기도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