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63) - 노란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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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63)
-노란 손수건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
생강나무가 된다.
겨울 내내 생강나무 생각은
당신 하나 기다리며 흔들리는 일
서러운 눈물 뒤로 감추며
그리움의 자리마다 손수건을 달고 싶다.
별을 닮은 노란 손수건
혀끝에 닿는 알싸한 그리움아
생각 많은 생강나무
온 몸에 노란 손수건을 달고
봄을 기다린다. 당신을 기다린다.
[시작 메모] 지난여름부터 봄꽃을 준비해 온 생강나무를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는데 우리 집 생강나무도 봄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엄마 생강나무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과외를 한 적이 없어도 준비물을 잘 챙기고 등교 시간 지각하는 법도 없습니다.
생강나무의 겨울 꽃망울을 자르고 현미경으로 관찰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아름다워야만 하는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여러 겹 천사의 옷으로 감추어 둔 거대한 비밀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금, 나무와 풀들은 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시 바람이 불고 꽃샘추위도 몇 번 오겠지요.
‘만약 말이요. 이 봄, 생강나무에 작고 노란 손수건이 보이지 않으면 나는 그냥 버스를 타고 어디로건 가 버리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