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31) - 물러나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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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31)
-물러나는 강
아름다운 강이 있다.
내 고향 상주에는
뒤로 물러나는 아름다운 강이 있다.
세상의 모든 강이 앞으로만 흘러갈 때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는 눈물.
서럽고 외로운 날 퇴강에 가면
내 마음 미리 읽은 낙동강이
칠백 리 먼 길을 망설이다가
뒤돌아서 흐느끼는 소리 들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강이 앞으로만 흘러갈 때
아직 칠백 리 남았다며
먼 그리움 다시 안고 가야한다며
지금 여기에서
한 발 물러서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낙동강
서럽고 외로운 날은 퇴강에 가
물러나며 사는 법 배울 일이다.
물러나서 시작하는 낙동강 칠백 리로 흐를 일이다
[시작메모] ‘주역 서문을 읽다’의 저자 김주완(경북문협회장) 박사님께서 ‘높은 고을 상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상주가 높은 고을인 이유 중 하나는 낙동강과 낙동강을 닮은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선후배들이 모여 사벌의 퇴강에 가 보았습니다. 낙동강 칠백 리가 여기서 시작된다는 안내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며 한 발 물러서는 ‘생각의 땅’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이 품고 사는 이야기와 살아온 사람들의 얼굴이 보여 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서러운 이야기 들어주지 않는 날에는 상주 사벌 퇴강에 가 보십시오, 낙동강 칠백 리 표지석과 셀카폰을 찍으면서 물러날 줄 아는 강 낙동강과 악수도 하고 오래된 이야기 나누어보십시오, 상주가 왜 높은 고을인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대에게 남은 칠백 리 다시 아름답게 흘러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