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3-05-30

아내(29) - 낙엽이 지네

기사입력 18-09-28 17:35 | 최종수정 18-09-28 17:35

본문

아내(29)

-낙엽이 지네

 

상처가 진주로 바뀌는 가을이다.

목걸이의 줄이 풀리는 나무

한꺼번에 흘러내리는 진주

 

우르르 떨어져 세상으로 스미는 사랑

그 추억 등에 지고 가을을 걸어가다가

떠나온 자리 잠시 되돌아본다.

애틋하게 흩어진 진주알 반짝거린다.

여보, 낙엽이 지네

 

세상은 오래된 한 권의 책

그 속에서 지고 있던 낙엽이 걸어 나오네

그 때 그 빛깔 그 이야기

 

허리 숙여 낙엽 하나 줍는 일은

오래된 당신을 불러오는 일

가을의 중심을 들어 올리며

상처의 밑줄을 긋고 다시 읽어보는 일

여보, 낙엽은 지네


[시작메모] 가을을 걷다가 낙엽 한 장을 줍습니다. 어쩔 수 없는 추억 하나를 도저히 그냥 보낼 수 없어 책 속에 넣어둡니다. 내 낙엽입니다. 부동산 등기를 마치는 겁니다. 낙엽 한 장 크기의 땅이 늘어났으니 부자가 되었습니다. 낙엽을 주어 갈무리하는 사람은 아직 청춘입니다. 오늘은 오래된 낙엽 한 장이 진주 한 알로 반짝입니다.

 

11월이 갑니다. 지는 낙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미 곁을 떠나는 새들이 둥지를 뛰어내리듯이 낙엽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때가 되어 가야할 길로 가고 있는 저 결 고운 진주 한 알.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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