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26) -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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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25)
-낙동강
큰 비가 와도 오랜 가뭄이 와도
이제는 큰 소리 내지 않는
너무 철이 든 슬픈 물결 그대에게 가
가만 가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젊었을 적 그대는
비가 오면 황톳물로 넘치고
가뭄이 들면 모래밭 자꾸 긁으며
목마르다 앙탈을 부리기도 했었습니다.
당신의 강물 위에
어디론가 떠나는 물새소리로 기둥을 세우고
달빛 기와 얹어 집을 짓던 그 날들
그랬지요. 무지개 걸리던 낙동강
젊은 나는 아예 당신의 집에 살았었지요,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가고
우리는 흘러 어디로 갔을까요?
[시작메모].뒤돌아보니 강물에 기대인 그대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낙엽 지는 가을에도 꽁꽁 얼어야했던 겨울도 그대는 아름다웠습니다. 철이 들어 말씀 별로 없으신 지금도 그대는 손잡고 걷고 싶은 친구입니다.
어린 시절 100원을 내고 건너던 낙동강의 그 얼굴은 그대를 닮았습니다. 그대 그림자 흘러가는 낙동강, 그 기 그 자리 지금도 변함없이 흘러가는 낙동강이 참 고맙습니다. 가을이 오면 낙동강에 가야겠습니다. 가슴이 시려오는 날, 너무 철이 든 슬픈 물결 그대에게 가만 가만 미안하고 미안하다며 지는 단풍의 가을을 고백해야겠습니다. 100원 짜리 동전을 내밀면서 저 세월의 강 좀 건너게 해달라고 졸라야겠습니다. 매달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