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일 : 2023-05-30

아내(16) - 얼떨결

기사입력 18-09-28 17:01 | 최종수정 18-09-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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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16)

-얼떨결

 

10년 전, 얼떨결에 찾아가

더 얼떨결에 노래 불렀던

낙동강 기슭의 푸른 얼떨결

 

이 또한 지나가는 일이라며 어깨 두드리던 바람

퇴강 무렵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법 배워가며

우리는 삶의 얼떨결이 오음계로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나는 강물이 높은음의 우 소리를 잡고 흐른다고 했다.

얼떨결에 눈부시게 만나 얼떨결로 출렁이는 낙동강

얼떨결에 겨울이 오면

우는 소리를 내며 눈이 내릴 것이라 했다.

 

천천히 불어오던 겨울바람이 우우우

오래전부터 해 오던 어깨동무를 풀고 있었다.

얼떨결이었다.

 

얼떨결은 여러 가지가 붐비고 복잡하거나 바빠서 정신이 얼떨떨한 판.’이라고 사전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얼떨결에 겨울이 왔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정신이 얼떨떨합니다. 문득 그 얼떨에 결이 있고 무늬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범상하지 않은 무늬의 얼떨결을 만납니다. 삶의 한 장면이며 어떤 상황이나 무엇인가 이루어진 특별한 우연의 시간을 얼떨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연히 일어나는 얼떨떨한 판입니다. 우연과 인접한 낱말로 인연이 있습니다. 불교의 입장에서는 일체 만물은 모두 상대적 의존관계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합니다. 주관과 객관, 원인과 결과로 나누어지고 이어집니다. 직접적인 원인을 인()이라 하고, 인과 협동하여 결과를 만드는 간접적인 원인을 연()이라 합니다. 세상이 여러 가지가 붐비고 복잡하거나 바빠서 정신이 얼떨떨하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골목길 돌아서면 인연과 얼떨결이 만나고 있습니다.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게 세상입니다. 저도 얼떨결에 그대를 만났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얼떨결에 또 한 해가 한 상자 배달되었습니다. 얼떨결에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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